올여름, 동해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해파리 떼로 뒤덮였다.

찌는 듯한 더위에 모든 게 귀찮아진 나는 본가인 울산으로 내려가 여름 휴가를 보냈다. 내려가는 기차 안, 습관적으로 들여다보는 인스타그램의 돋보기에서 울산 바다가 해파리로 가득 찼다는 게시물이 눈에 띄었다. 동해의 해파리는 매년 여름, 피서객을 기다렸다는 듯 출몰했고, 매년 해파리와 함께 수영했었던 나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바다로 향했다. (해가 갈수록 더 많이 출몰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도착한 해변엔 이미 텐트와 사람들로 가득 찼고 햇볕이 뜨겁게 내리쬐고 있었다. 한바탕 땀을 흘리며 타프를 설치하고 그늘에 앉아 한숨 돌리자니 그제야 여기저기서 해파리를 건져내는 사람들이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미디어에서 보였던 것만큼 해파리는 심하지 않았고, 나는 개의치 않고 바다로 뛰어들었다.

언젠가, 한 프로젝트를 마치고 뒤풀이로 모인 자리에서 각자의 고민을 얘기했던 적이 있다. 그때 나는 누군가의 ‘가짜 취향’에 대한 글을 읽고 내 취향이 진정한 나의 취향인지, 남들이 좋아하니 따라 한 취향이 아닌지, 깊은 고민에 빠졌던 참이었다. 요즘은 빠른 접근성과 흘러넘치는 정보 덕분에 편리한 삶을 살지만 그만큼 일방적으로 쉽게 휩쓸리고, 가짜 정보들이 판을 치고, 진정한 자기 취향이 무엇인지 탐구하고 찾아내기가 더 어려워진 세상이다.

그 고민의 답을 찾고자 했던 나는 어디선가 **해파리는 ‘헤엄치는 힘이 약하기 때문에 수면을 떠돌며 생활한다’**라는 말을 듣고 서야 그저 힘이 부족했기에 흐름에 떠밀려 살아가기를 선택한 ‘해파리 인간’ 일 뿐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KakaoTalk_20240829_123531468.jpg

**‘포모(FOMO)’**라는 현상이 있다. **‘고립 공포감’**으로도 불리는 이 현상은 마케팅 전략가인 댄 허먼(Dan Herman) 박사가 처음 사용한 용어로, 사람들과의 연결이 끊어지거나 단절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 또는 무언가를 놓치거나 제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설명하는 심리학 용어이다.

포모 증후군에 빠진 사람들은 유행에 따르고, “남들이 다 하니까”라는 불안감에 사로잡혀 자기 안정을 위해 타인의 삶을 모방한다. 이 과정에서 끊임없는 비교와 불안을 경험하며 이들은 두려움에 매몰되어 모순적이게도 자신을 스스로 사회에서 고립시키거나, 관계를 피상적으로 만들어 타인과의 진정한 연결을 어렵게 한다.

숏츠, 릴스, 밈, 온갖 자극적인 콘텐츠와 도파민에 중독된 우리는 단 하루도 스마트폰 없이 살아가기 힘들 것이다. 그렇듯 온라인에 심리적 의존을 하지 않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SNS에 새겨진 누군가의 자랑을 보고 스스로를 비교를 해보지 않은 사람 또한 얼마나 되겠는가.

우리는 어쩌면 이러한 불안감에 휩싸여 바닷속에서 유영하는 해파리처럼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누군가의 좋아 보이는 취향에 휩쓸려 따라다니고, 끊임없이 비교하면서, 그 과정에서 진정한 나의 모습은 잃어간 채 괜찮은 척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날, 해파리와 유영하며 생각했다.

해파리처럼 사는 것이 나쁜 것인가? 당장 무언가를 하기 힘든 누군가에겐 힘을 빼고 유영하듯 사는 게 좋을지. 혹시 모른다. 떠돌다 보면 무언가와 스쳐 다시 일어날 기력을 얻을지.